3. 그라민뱅크 사례로 본 Micro-Credit의 순기능 / 역기능
3-1 순기능 - 성공요인 / 빈곤층 퇴치 및 자활
마이크로크레디트란 빈곤층에 담보 없이 소액을 대출해 주는 사업입니다. 신용도가 워낙 낮다 보니 기존 은행들은 이런 사람들을 고객으로 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어떻게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유누스 총재는 대출자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국유은행이 정부의 보조금을 가지고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사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출금 상환율이 낮고, 가끔 정치적 목적 때문에 대출금을 탕감해 주는 탓에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1983년도에 설립된 그라민은행의 대출 정책은 개인이 아닌 그룹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다섯 명으로 구성된 그룹에 대해서 한 명씩 차례로 대출을 해 주었습니다. 이 구조는 우리나라의 계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평균 대출금액은 미화 약 100달러(약 9만3000원)이고, 무담보에 이자율은 연 12% 정도였습니다. 그라민은행은 이러한 정책으로, 평균 대출금 중 96%를 상환받아 세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라민은행의 핵심 방침은 한 대출자가 상환하지 못하면 같은 그룹의 모든 구성원이 대출을 다시는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끼리 그룹을 구성하게 될까요?
누구나 신용이 높은 사람들과 그룹을 이루고 싶어할 테고,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자연히 그룹에 끼어들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또 만약 그룹 구성원 중 한 명이 돈을 갚기 어렵게 되면 그룹 전체가 서로 도울 겁니다. 계속 대출을 받으려면 말이죠. 이 점이 그라민은행의 첫 번째 성공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차례로 빌려주었을까요?
그룹 구성원 한 명이 돈을 못 갚든 다섯 명이 못 갚든 구성원 모두 앞으로 돈을 빌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라민 은행은 그룹 구성원에게 순차적으로 돈을 빌려줌으로써 대출자들이 집단적으로 돈을 상환하지 않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성공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 급속도로 확대되어, 2006년 초에는 전 세계 42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6400만명 이상의 극빈곤층에 대출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버림받았던 빈곤층을 기존 제도권 은행의 고객으로 만듦으로써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 그라민 은행의 사례는 자선사업도 단순한 원조가 아닌 경제적 동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에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2 역기능 – 대출 증가 / 제도 운영관련 부작용
“돈 갚아라” 믿었던 그라민 은행이 집을 부쉈다.
남성이 쓴 돈, 대신 갚는 여성들 ▲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혁명적 대안’이란 찬사와는 별개로 소액 대출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일부 빈민 여성들은 강압적인 채무 환수에 시달린 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여성이 억압적인 사회적·경제적 조건에 맞서 싸워야 하는 사회에서 해방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2006년 노벨위원회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와 그가 창설한 그라민 은행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빈곤층, 저소득층 대상의 소액 대출을 뜻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빈곤 문제와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혁명적 대안’으로까지 평가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으며, 한국에서도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착한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과 실천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라민 은행이 처음 시작된 마을의 일부 사람들은 유누스를 자신들의 상황을 팔아 노벨상을 받은 ‘사채업자 유누스’라 부르며 보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미국 오리건대 교수가 치밀한 현지 조사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가난을 팝니다’라는 저서을 통해, 지구촌에서 ‘혁명적 대안’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실상을 전하며 무분별한 대출증가로 인한 부작용 등의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을 하고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이 빈곤층에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줘 농방, 가게 운영을 통해 곤궁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평가와는 달리 빈민을 상대로 자본주의의 이윤을 확대하고 가난의 악순환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숙모, 오늘 그라민 은행에서 돈 받은 거 알고 있습니다. 사업할 돈이 필요한 조카에게 돈을 내놓는 게 숙모의 도리가 아닙니까.”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금을 받아 집으로 가던 노파가 저자에게 전한 조카의 협박입니다.
돈을 내놓지 않는다면 다른 가족들이 돈을 내놓을 때까지 압박할 게 뻔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지요.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이 최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가 하면 신입회원을 받는 그라민 은행 사무실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대출금을 주기 전에 먼저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라민 은행은 자선기관이 아니라 기업이에요.”
괴리의 모순은 ‘대출금 회수율 98%’에서 정점을 이루게됩니다. ‘인구의 36%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어떻게 대출금 회수율이 98%나 될까요.’ 저자가 파헤친 비밀은 충격적입니다.
“대출 담당자들은 이 회수율을 유지하라는 상부의 압박을 받고, 채무자들은 빚 상환을 위해 다른 기관에서 또 다른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은행은 친족 관계로 연결된 공동체를 악용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예를 자극하고 수치심을 이용해 연대해 빚을 갚게 만든다. 갚지 못하면 집을 부수기도 한다.”
이것 말고도 몇가지 놀라운 사실은, 대출을 받는 건 여성이지만 실제 사용자는 대부분 남성이었다는 것입니다. 농촌 여성은 남성이 자본에 접근하는 도구로 구성될 뿐 자본의 소유자가 아닌 셈이지요. 은행이 여성에게 대출금 책임을 지운 건 여성의 지위의 취약성 때문이지 사업가적 능력 때문은 아니라는 거지요.
그라민 은행을 비롯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은 대출 말고도 다른 금융상품이나 연금, 교육 대출, 건강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추세입니다.
비정부기구(NGO)들이 허약한 국가를 대신해 빈민을 위한 필수 서비스 제공자이자 중산층에 일자리를 주는 고용주로 변신해 ‘그림자 국가’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라민 은행과 조직화된 NGO들은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대출에 상품을 끼워 팔거나 양계업자로 만들거나 대출자 공동체에서 NGO 정책을 강변하게 하는 등 수혜자층에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킨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카림은 방글라데시에서 이런 모순과 파행에 대한 연구와 지적이 일고 있지만 서구 등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가지 못한 채 ‘혁명적 대안’이란 찬사에 묻혀 버리기 일쑤라고 지적하면서, 결국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에 희생된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집단행동을 위한 시민집단을 조직화해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출처 : 2015 / 라미아 카림/ 가난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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